< 2007년 3월 11일 일요일 맑음 > 노루실에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오전에 들어갈 때가 많았는데 이번 주는 일요일 오전에 들어갔다. 동화 배우러 오는 조희양씨가 오래 전부터 구기자를 구해준다고 했는데 밀양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꼭 구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밀양 하이마트 앞에서 만나 희양씨 어머니가 계시는 무안면 웅동리로 찾아갔다. 웅동리는 사명대사 생가인 고라리와 가까운 곳이었다. 그곳에 가니 희양씨 어머니가 구기자를 네 뿌리나 캐어 놓았다가 주셨다. 받을 때는 가지가 가늘어서 몰랐는데 노루실에 들고와서 풀어보니 뿌리가 어찌나 굵은지 적어도 5년 생은 넘을 것 같았다. 그 동안 내가 구기자를 구하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그런 마음을 먹고 있으니 결국은 이루어졌다. 그전에도 박남희씨가 한 뿌리 구해주긴 했지만 그것은 뿌리가 좀 가늘었는데 오늘 심은 것은 뿌리가 굵고 커서 틀림없이 잘 살 것 같았다. 희양씨 어머님은 이렇게 굵은 뿌리를 캐느라고 무척 힘이 드셨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해달라는 말을 안 했을 텐데... 고마운 마음으로 우리 집 정원에 구기자를 정성껏 심었다. <뿌리가 굵은 구기자>
노루실에서 구기자를 심고 나서 둘러보니 수선화가 꽃을 피웠고 매화꽃도 많이 피었다. 상사화도 두 개가 줄기를 뻗고 있고 원추리는 작년에 심은 세 뿌리가 번져서 여러 개의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작년에 심은 작약도 화단에서 그 추운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고 새순을 힘차게 내밀고 있었다. 이번 주에는 목련 한 그루와 라일락 한 그루, 모란 한 그루, 골담초 2그루를 심었다. 작년에 목련 두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만 살고 한 그루는 죽어서 다시 한 그루를 더 심었다. 이번에는 작년보다 훨씬 더 크고 굵은 것을 사다가 심었다. 나는 나무나 꽃을 심어서 죽으면 그게 살아날 때까지 심으려고 한다. 한 그루 심어서 죽으면 두 그루 심고 두 그루 심어서 죽으면 세 그루 심고.. 나무가 살아날 때까지 심을 작정이다. 글을 쓰는 제자들도 자기가 어디에 도전해서 떨어지면 그보다 더 나은 글을 쓰려고 애써야 한다. 한 두 번 떨어진다고 실망하면 더 나은 글을 쓸 수 없다. <작약 새순>
새봄에는 무엇이든 때를 놓치지 않고 심어야 꽃이든 열매를 볼 수 있다. 작년에 심은 것 중에 더러 죽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다 살아나서 싱싱한 싹을 내미는 모습을 보니 노루실에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수선화 꽃 >
<새로 심은 라일락 >
< 새로 심은 목련 >
진이는 내가 만들어 놓은 사육장 안에서 빠져 나가지 않고 잘 지내고 있었다. 그전에는 목줄을 묶어 놓아서 개집 앞에 똥을 누었는데 이젠 앵두 나무 구석진 곳에 똥을 누어서 집앞은 깨끗하였다. 진이는 자유롭게 지내서 그런지 한결 건강해 보이고 털에 윤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오늘은 간식으로 생선찌개를 해서 듬뿍 담아주었다. 진이는 사료만 먹다가 별식을 먹으니 맛있는지 좋아라고 먹었다. < 생선 찌개를 먹는 진이 >
점심을 먹고 나서 희양씨 시부모님이 계시는 단장면 미촌리로 갔다. 깻잎을 키우는 비닐 하우스에 들러 깻잎 따는 체험도 해보고 시댁으로 가서 집도 둘러 보았다. 어르신들은 나와 아내를 진심으로 환대해주어서 황송할 정도였다. 깻잎과 겨울초, 고추 등을 선물로 듬뿍 받았는데 그냥 받아 오기가 퍽 미안했다. 애써 키운 농작물을 아무 댓가도 드리지 않고 받기가 여간 미안하지 않았다. 자식처럼 키운 소중한 농작물일 텐데. 오늘은 좋은 분들도 만나고 여러 가지 선물도 받아서 참 감사한 하루였다. < 희양씨 시댁의 개와 소들 >
우리집에는 농약을 안 쳐서 그런지 무당벌레가 집안에 몰려들어
우글거린다. 아무리 잡아 내어도 자꾸만 들어오는 무당벌레들.
날씨가 따뜻해지면 적게 들어오려나. 반가운 무당벌레들이지만
자꾸 들어오니 좀 성가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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