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회> 길고 긴 시멘트 길이라도... < 2010년, 12월 26일, 일요일, 맑음 > 지난 주 일요일에는 아내와 등산을 갔다. 양산 북부시장 앞에서 내려 해강 아파트 옆으로 올라가 신기산성을 거쳐 천성산까지 가는 코스였다.
성황산을 거쳐 천성산과 운봉산 갈림길까지 가는 코스는 환상적이었다. 숲도 좋고 길도 운치가 있어서 기분 좋게 걸었다. 그러나 천성산 쪽으로 방향을 튼 뒤부터는 길이 지루한 임도가 아니면 딱딱한 시멘트 도로였다.
천성산이 저 멀리 보이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할 수 없이 임도로 내려오는데 시멘트 도로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아내는 힘이 드는지 여태 다닌 길 중에서 최악이라고 했다. “어디 산길로 내려가는 데는 없나요?” 천성산에는 공군 부대가 있어서 산길이 제대로 없었다. 지뢰 조심이라는 팻말이 군데군데 서 있을 뿐.
어쩔 수 없이 시멘트와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오는데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아내는 지루한지 짜증을 내었다. 나는 내려가면서 길옆에 있는 풀섶에서 장구채나 쑥부쟁이, 구절초 같은 씨앗을 받느라고 지루한 줄 몰랐다. 저 길이 언제 끝날까? 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길이 더 멀고 긴 법이다. 나는 길이 아무리 멀고 길어도 모처럼 실컷 걸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걷는다. 동화를 써서 공모전에 보낼 때도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떨어지면 누구나 속상하고 짜증이 나지만 모처럼 한 수 배웠다는 마음을 가지면 언짢은 마음이 덜하다. 나보다 더 잘 쓰는 사람이 많으니 분발해야 할 일이지 그저 속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쾌적한 숲길이면 더욱 좋겠지만 때로는 아스팔트 길도 만나고 딱딱한 시멘트 길도 만난다. 피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럴 때는 느긋하게 그 길을 즐기면 된다.
나는 항상 소풍가는 기분으로 산길을 걷는다. 소풍가는 기분이라면 아스팔트 길이건 시멘트 길이건 그리 문제될 게 없다. 다음에는 이런 길로 오지 않을 것이기에 오늘 하루가 더 소중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보다는 옆 사람이 피곤해하는 모습이 더 신경 쓰였다. 긴 시멘트 도로는 버스 정류소가 보이면서 겨우 끝났다. 아내한테 잔소리는 들었지만 나는 즐겁게 걸었다. 오후에 화제 모람 집으로 놀러갔다. 요즘에는 남의 집에 오라고 해도 선뜻 가기가 쉽지 않은데 모람집은 전원주택이라 구경도 할겸 제자 집이라서 초대에 응했다. 날씨가 어제는 몹시 추웠는데 오늘은 조금 풀렸다. 그래도 바람은 아주 차가웠는데 모람 집에 들어가니 난로가 있어서 훈훈했다.
집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나올 때까지 먹을 것을 어찌나 권하는지 계속 먹었다. 직접 재배한 땅콩, 도토리묵, 군고구마, 은행, 복분자와 오디 얼린 것에다 맛있는 토란국과 쌈배추 등... 엄청 먹었다.
모람 집에서 개똥쑥 차도 처음으로 마셔 보았다. 쑥맛이 나긴 해도 허브향처럼 특별한 맛이었다. 나도 범초산장에 개똥쑥 씨앗을 뿌려 놓았는데 내년에 날지 모르겠다. 겨울에는 쑥차가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인진쑥환을 사서 먹고 있다. 인진쑥이 위에 좋기 때문이다.
간도 중요하고 다른 장기도 중요하지만 사람 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병에 걸리든지 위가 좋아야 약도 먹을 수 있다. 아프기 전에 미리 미리 위를 잘 돌보아야 한다.
모람 신랑이 직접 베이컨까지 구워서 주는 바람에 완전히 포식을 했다.
모람은 여자들에게 좋은 음식이라며 콩 먹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먼저 호박잎 찌는 삼발이에다 메주콩을 담고 푹 찐단다. 그 찐 것을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넣어두었다가 물을 붓고 믹서기에 갈아 우유나 요구르트를 타서 마시면 아주 좋은 영양식이란다. 그걸 먹고 키가 2센티미터나 더 컸다나.
모람이 직접 만든 도자기들 ( 내가 잘 만들었다고 했더니, 모람이 글은 안 쓰고 딴짓한다고 야단칠 줄 알았단다. )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킬 겸 모람 신랑의 안내로 산중터까지 가서 꽃무릇 군락지를 돌아보았다. 겨울인데도 꽃무릇 잎이 파랗게 살아있었다. 귀한 군락지라 아무에게나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둘러보았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웃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데 호박과 돼지감자, 도토리묵을 선물로 받았다. 마치 친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우리 부부를 대접하기 위해 아침부터 집안 청소를 하고 음식 준비하느라 애쓴 모람 부부에게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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