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글나라를 옮겼다! (429회)

凡草 2012. 2. 8. 07:59

 

<429회>

 

  글나라를 옮겼다!

 

< 2012년 2월 7일, 화요일, 맑음 >

 

 해운대에서 글나라 동화창작교실을 잘 하다가 밀양 시골집에서 출퇴근을

하려고 화명동으로 옮겼는데 어느새 6년이 지났다.

별일 없었으면 지금 있는 장소에 계속 있을 텐데 이사를 해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생겼다.

 

첫 번째는 건물 주인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3년 전 겨울, 남양산에 상가 주택을 무리해서 사느라고 은행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1층 상가는 안 나가고 이자가 자꾸 나가서 힘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주인에게 달세를 1년만 못 내더라도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 대신 보증금에서 빼라고 했다.

그랬더니 주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매달 달세를 안 내는 대신에 첫달은 40만 원에 2부로 8천 원을

더 내고, 다음달에는 80만 원에 대한 이자로 16000원, 3개월째는 24000원씩

보증금에서 빼 나가기로 합시다. 그리고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다음 달부터는

10만 원을 더 올려주기 바랍니다. 5년 지났으니 올릴 때도 되었네요.”

혹 떼러 갔다가 혹을 하나 더 붙인 격이었다.

나는 해운대에서 학원하던 상가를 빌려주었지만 형편이 어려우면 달세를

보증금에서 빼주기도 하고 전세금을 깎아주기도 했는데........

 물론 주인도 나름대로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어려운 시기를 다 넘겨서 지난 일이 되었지만, 사람이 어려울 때

도와주지 않으면 마음의 상처가 오래 가는 법이다.

 그 일을 겪고 나니 나도 혹시 누군가에게 힘들게 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맺힌 일이 있으면 풀고, 오해가 생기지 않게 대화로 해결해 나가야 하리라.

 작년에 바로 사무실을 비우고 싶었지만 이사하기가 쉽지 않아서 참고 지냈다.

적당한 건물도 없고 설령 나갈 곳을 구했다고 해도 짐을 옮기기가 어디 쉬운가?

 

 

 

두 번째는 일하는 날이 줄었다.

작년부터 화, 수, 목, 금요일- 이렇게 주4일제를 하는 바람에 사무실을

3일이나 비워두고 있다.

초등학생 수가 자꾸 주는 바람에 글나라에 오는 초등학생도 줄고

있는 추세인데 넓은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세 번째는 지금 있는 사무실이 북향이라 어둡고 춥다.

낮에도 불을 켜야 밝고, 겨울에는 난방비가 많이 들어간다.

 화분들은 일년 내내 햇빛 한 번 못 받고 살아간다.

 나는 산에도 가고 산장에도 가지만 저 화분들은 주인을 잘못 만나

응달에서만 살고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사해볼까 하고 부동산에 가서 물었더니

마침 같은 건물 8층에 빈 방이 생겼다고 알려주었다.

직접 가보았더니 16평 원룸이라 공간은 훨씬 좁지만

남서향이라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전망이 좋았다.

화장실도 안에 있고 싱크대와 도시가스 보일러까지 있어서

좁아도 알찬 공간이었다.

 한 번 보자 바로 마음에 들었다.

지금 있는 곳에서 멀면 이사하기가 쉽지 않지만 같은 건물이니 이 기회에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도 화분들을 위해서 이사하고 싶었다.

몇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었지만 이사를 결심하고나니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입춘날인 2월4일에 글나라를 같은 건물 808호로 옮겼다.

 

 

 

 사람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환경적인 장애보다도 불편한 인간 관계가 더 힘든

법이다. 좁은 곳으로 옮겼지만 마음은 홀가분하다.

 

 다만, 3월에 개강하는 동화 교실은 최대한으로 받아도 14명 정도까지만

받을 수가 있다. 부득이 선착순으로 받을 수밖에 없어서 여태 다니다가

못 다니게 될 회원들이 있다면 미안하게 되었다.

 

 

 2월 초순에 아내 생일이 있었는데 정미가 케익을 사와서 생일 잔치를

했다. 아내가 촛불을 불고 며느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4일에는 글나라를 이사했고, 5일 일요일에는 범초산장에 가서 나무를

했다.

 요즘 숲가꾸기를 하느라 공공근로하는 분들이 간벌을 많이 해서 쓰러진

나무가 엄청 많이 있었다.

다음에 쓸 수 있을지 몰라 수레를 끌고 가서 주워 왔다.

 마침 대보름날에는 글나라 회원들이 산장에서 번개를 할 참이라

달집도 만들었다.

 

 

 

 

 

 

 6일 월요일에는 박미경씨 동화집 ‘동물들이 수상해’ 발간 축하를 하기

위해 18명 정도가 산장에 모였다.

 대보름날이라 많은 사람이 오진 않았지만 모두가 달처럼 환한 얼굴로

책낸 박미경씨를 축하해주었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덕담을 주고 받았다.

 지난 번에 최혜진씨 출판 축하를 해준데 이어서 두 번 째로 축하 자리를

가졌는데 앞으로도 부산아동문학 후배들이  책을 처음 내면 글나라 출신이

아니라도  제자들과 함께 축하해줄 생각이다.

 

 

 

 달집도 태우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름날답지 않게 비가 주룩주룩 내렸지만 산장에서는 오히려 운치가

있었다. 천장에서 빗소리가 정겹게 들리니까.

 

 

여러 사람이 차를 갖고 온 바람에 늦게까지는 놀지 못하고 10시쯤 헤어졌다.

 범초산장 서각 작품은 무거워서 혼자 달지 못하고 소파 위에 놓아두었는데

조정래씨와 남촌이 잡아주어서 벽에 걸었다.

 제자 부인이 만든 작품이라 더욱 감사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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