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회>
북극 여행 이야기도 듣고 출판 축하도 해주고..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맑음>
어제 오후에 몇 사람이 모였다. 장소는 범초산장에서.
50일 동안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을 무사히 여행하고 온 메나리 한정기씨와 <내가 진짜 주인공이야; 달과 소 발행>를 펴낸 석영희씨를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첫 동화집을 낸 석영희씨 <내가 진짜 주인공이야>
모람 이하은과 꿈이랑 이자경
북극에는 얼음만 있고 땅이 없기 때문에 40여 일 동안 배에서 줄곧 동화를 썼단다. 그런 노력 덕분에 플루토 비밀결사대 5편을 탈고하여 출판사에 보냈단다. 메나리 한정기의 집념과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한국 동화문학 역사상 추리동화를 연작으로 5권을 펴낸 것은 신기록이다. 우리는 메나리의 북극 여행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간절한 소망을 품고 북극 탐사단에 지원하던 일부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까지 열정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 몇 번이나 감탄하였다. 자랑스러운 제자 한정기씨의 자세한 북극 여행 이야기는 글나라 카페 ‘도란도란 오솔길’ 방에 1편부터 11편까지 다 올려져 있으니 읽어보기 바란다. (글번호 11125부터 11143까지... 여행기를 한데 모으기 위해 부득이 사이에 끼어 있는 다른 글은 지웠다.)
석영희씨는 첫 동화책을 내어 축하를 받았는데 친구인 박미경씨와 함께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 와서 잘 먹었다. 술과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약수터에도 가고 동주원에도 들렀다. 여러 회원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은 밭에서 일했다. 그리 덥지 않으니 여름보다는 일하기가 한결 편했다. 가지가 거의 끝물이라 다 뽑고 거름을 넣어서 땅을 뒤집었다. 여태 나에게 많은 열매를 준 가지들인데 뽑자니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고마운 가지들이여, 내년에 또 보자. 어차피 추우면 죽을 테니 나를 용서하기 바란다.
시월 말에 마늘을 심으려고 땅을 골라 놓았는데 흡사 노란 이불을 덮어 놓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씨앗들은 흙이불을 덮고 자는 셈이다.
우리가 덮고 자는 이불 못지않게 포근하고 따스하게 보인다. 씨앗들에게 고운 꿈을 꾸게 해주는 상상력 이불이다.
뽕나무 한 그루가 태풍에 쓰러졌다. 제법 굵은 나무였는데 가지가 너무 많아서 힘에 부쳤나 보다. 나에게 여태 많은 뽕잎을 준 나무인데 보기가 딱했다. 그래도 두면 영영 죽을 것 같아 가지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뿌리 위에 흙을 더 부어주었다. 올해 태풍을 겪고 나니 나무 관리하는 요령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태풍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무를 강하게 만들어주려고 애써 흔들고 간 태풍에게 감사한다.
어제 모람 이하은씨가 오면서 상사화를 가져왔다. 수내 산장은 첫 방문이라 기념으로 가져온 것이다. 모람은 장편동화 <하늘 목장>을 지었는데 원동 화제 마을에 멋진 전원 주택을 지어 놓고 산다. 이 상사화가 살아나면 모람이 생각날 것이다. 나한테 늘 잘해주었는데 난 별로 잘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
오늘 혼자 산장에서 일하다 나왔는데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산장에 꽃과 나무를 보내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그들이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까실 쑥부쟁이 꽃
바위솔 꽃대가 올라왔다
글나라 카페 회원인 ‘하늘’님이 나와 비슷한 시기에 표고버섯을 심었는데 버섯을 땄다고 해서 어떻게 벌써 수확했느냐고 물었더니 나무를 망치로 두드리라고 가르쳐주었다. 나도 지난주에 심심풀이 삼아 몇 나무를 망치로 탕탕 두드렸는데 오늘 오후에 혹시나 하고 가보니 망치로 두드린 나무만 버섯이 도톰하게 올라왔다. 참 신기했다. 죽은 나무에서 산 버섯이 나오다니?
이야, 첫수확이다! 3월초에 종균을 넣은지 7개월 만에 수확한 것이다. 나와 함께 버섯 작업을 한 탁영갑씨가 오늘은 오지 않아서 내가 먼저 땄다. 다음 주에는 영갑씨에게 나누어줘야겠다. 땀 흘려 일하고 묵묵히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표고 버섯 나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안달하고 조바심해봐야 때가 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망치로 두드리는 것도 어쩌면 노력이다. 나는 표고 버섯 나무를 다 망치로 두드리지는 않았다. 일부만 두드렸다. 버섯이 한 번에 막 쏟아져 나와도 곤란하다. 먼저 나오는 놈이 있으면 늦게 나오는 놈도 있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억지로 두드려서 버섯을 깨우는 것보다 가만히 놓아두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나올 놈은 나올 때가 되면 다 나오지 않겠는가? 버섯나무를 보며 느긋함과 기다림을 배운다.
약수터 가는 길에서 본 식충식물, 끈끈이주걱
위에 좋은 삽주 꽃
물봉선
물을 정화시켜주는 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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