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회>
깜짝쇼 (생일 잔치)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맑음>
며칠 전에 배혜경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범초 선배님, 일요일에 산장으로 놀러가도 되지요?” “좋지. 혼자 올 거야?” “아뇨. 이상미씨나 이자경씨하고 갈게요. 먹을 것은 다 준비해 갈 테니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계세요.” 나는 두 세 사람이 오겠구나 짐작하고 진짜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내가 준비해놓은 것은 뽕잎밥과 간단한 반찬뿐.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손님이 하나 둘 모이더니 나중에는 7명이나 왔다. 박미경, 이자경, 김미숙, 한정기, 배혜경, 안덕자, 이상미. 나는 이 사람들이 산장에 모처럼 놀러오는구나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최영희씨가 들어서는 게 아닌가! “최영희씨, 어서 오세요. 잘 왔습니다.” “범초 선생님, 산장이 이젠 잘 꾸며졌네요. 멋집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최영희씨와 인사를 주고 받았고, 점심 먹을 때까지도 전혀 몰랐다.
그런데 밥을 먹기 전에 케잌에 불을 켜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최영희씨 환갑을 축하하는 모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미리 알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비밀로 했던 것이다. 완전히 깜짝쇼였다.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아내는 산장에 따라오지 않았을 텐데 아무 생각 없이 따라왔다가 당하고 말았다.
오늘 준비해온 것을 보니 모두들 성의가 대단했다. 떡과 케잌, 구절판, 팥밥, 과일, 나물, 더덕무침, 미역국, 쇠고기볶음, 모젤라치즈 셀러드, 튀김, 가죽나무 장아찌 등.... 일류 한정식집 상차림 같았다. 모두 한두 가지씩 분담하여 준비해왔는데 주방 경력 몇십 년차 주부들이라 솜씨들이 뛰어났다. 모두 바쁠 텐데 직접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성의가 더욱 돋보였다. 산장에 폐를 안 끼치려고 그릇까지 다 챙겨왔다. 이럴 수가? 상미씨는 오늘 팥밥을 해왔는데 최고의 팥밥을 만들기 위해 집에서 며칠이나 실습을 하는 바람에 애먼 가족들이 며칠이나 팥밥을 먹었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오늘 모인 사람들은 최영희씨와 여러 가지 경로로 인연이 닿아서 모이게 되었단다. 가령 김미숙씨 경우에는 최영희씨 집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자주 사 보냈단다. 최영희씨가 아프기 전까지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었기 때문에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으리라. 최영희씨도 훌륭하지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문단 선배를 위로하고 축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음식을 해온 후배들도 참으로 멋지다.
부산 아동문학인협회가 잘 되고 있는 데는 이런 선후배간의 화합도 한몫하고 있다. 나는 오늘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그저 장소만 빌려주어서 미안했는데 앞으로 후배들을 격려하고 잘 이끌어주기 위해 힘써야겠다.
밥 먹고 도담이 뱃살 빼는 체조를 상미씨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중...
가지와 고추대를 뽑아낸 자리에 마늘을 심었다. 오늘은 두 고랑을 만들었다.
우리 산장에도 구절초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구절초 차를 만들려고 꽃봉오리를 한 주먹 땄다. 후라이팬에 덖어서 구절초 차를 만들 것이다.
개똥쑥이 씨를 많이 맺었다. 개똥쑥차를 해 마시려고 씨를 땄다. 후라이팬에 볶아서 뜨거운 물에 우려마실 것이다. 한참 씨를 땄더니 손에도 그윽한 향기가 묻어났다.
30센티도 안 되는 어린 뽕나무를 심은지 3년 만에 아주 큰 뽕나무로 키웠다. 이 뽕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이제 뽕잎차는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내 아들 딸만큼이나 대견스러운 뽕나무다. 볼 때마다 탐스럽고 든든하다. 내 생각에는 이 뽕나무 한 그루가 요양병원 침대보다 낫다.
백일홍은 아직도 많이 피어있다. 아내는 백일홍이 아니라 2백일홍 같다고 했다. 아무리 고운 꽃이라도 잠시 피었다가 시들면 별로인데 이 백일홍은 오래 피니 사랑스럽다.
어느 제자가 하수오 모종을 구해주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다. 내년 봄에 감고 올라가라고 뽕나무 밑에 골고루 심었다. 봄이 되면 하수오를 보는 즐거움도 클 것 같다.
아로니아 모종이 자리를 잡았는지 조금씩 크고 있다.
매실이 작년에는 몸살을 하더니 올해는 부쩍 자랐다. 내년 봄에는 매화꽃이 많이 피면 좋겠다.
하늘님이 갖다준 초피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거창에서 파온 산국이 산장 식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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