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회>
여름에 마시는 꽃차
< 2013년 8월 2일, 금요일, 흐림 >
이번 주는 휴가라 화요일에도 산장에 가서 쉬었다. 어디 멀리 갈 거 없이 먹을 거 사서 산장으로 들어갔다. 계곡이 있어서 피서지로는 안성맞춤이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할 때만 일하고 더운 낮에는 꽃차를 만들어 마셨다.
요즘 산장에 여러 가지 꽃이 많이 피었다. 꽃이 없으면 몰라도 흔하게 널려 있으니 재미삼아 꽃차 만들기에 도전했다. 사람들은 시골에 가면 심심해서 뭐 하고 지내냐고 하지만 꽃차 만들기, 효소 만들기, 연잎 들여다 보기, 약초 키우기, 약초쌈 싸먹기, 곤충 관찰, 열매 따먹기, 꽃 감상하기, 채소 가꾸기 등.. 할 일이 줄지어 있어서 심심할 겨를이 없다.
여러 가지 꽃이 많지만 먹을 수 없는 꽃은 빼고, 먹을 수 있는 꽃만 차로 만들었다. 꽃차는 자기가 기른 꽃이 아니면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남의 집에 핀 꽃을 함부로 딸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꽃차를 마시기 위해 꽃을 많이 번식시켜 놓았다. 내게 꽃이 있더라도 적을 때는 꽃차를 만들지 않는다. 꽃이 아깝기 때문이다. 꽃이 많아야만 마음 놓고 꽃차를 만들 수 있다.
꽃차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물로 꽃을 씻는다. 2. 채에 받쳐서 물기를 뺀다. 3. 꽃이 단단한 것은 후라이팬에 덖고, 꽃대가 약한 것은 10초에서 30초 정도로 살짝 쪄낸다. 산국 같은 것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내는 방법도 있다. 생화를 바로 뜨거운 물에 우려낼 수도 있지만 찌거나 덖지 않으면 향기가 잘 우러나지 않는다. 찌거나 덖는 방법을 잘 모를 경우에는 주전자에 꽃을 넣고 물을 부어 살짝 끓여서 마셔도 된다. 이 때 너무 오래 끓이지 않아야 한다. 김이 나자 마자 불을 바로 끄면 된다. 4. 찌거나 덖은 꽃은 바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면 되고 오래 보관할 경우에는 아직 수분이 있기 때문에 그늘에서 말리거나 건조기에 넣어 바짝 말려야 한다. 꽃을 찌거나 덖어낸 뒤에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어 못 쓰게 된다. 꽃차를 만든다고 신문지에 널어 놓았다가 곰팡이가 피어서 못 먹게 된 경우가 많다. 꽃차를 전문적으로 만들려면 건조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내가 범초산장에서 만들어 마신 꽃차를 소개한다.
부처꽃차, 백중날에 부처님께 바쳤다고 해서 부처꽃으로 불리는데 습지나 물가에서 잘 자란다. 범초산장에서는 물가가 아닌데도 잘 자라고 있다. 배탈 설사에 좋은 차다. 담백해서 마시기에 좋다.
톱풀꽃차. 잎모양이 톱날을 닮았다고 톱풀인데, 감기, 기력회복, 소화불량, 염증 등 여러 가지 병에 효과가 있고 피부가 고와진다니 여성들이 자주 마시면 좋겠다. 톱풀은 거의 만병에 유효하다. 톱으로 병균을 다 썰어 내기 때문일까?
회향꽃차 위경련에 좋고 소염, 항균 작용을 한다. 아토피나 피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박주가리꽃차 조루증, 몽정에 좋으니 정력에 좋은 차다. 냉대하, 젖 안 나오는데 도움이 되니 산모가 마셔도 좋겠다. 종기나 단독, 백선도 물리쳐준다. 장수하는데도 필요한 약초차다. 어느 할아버지가 박주가리를 자주 먹고 오래 사셨다고 한다. 꽃은 오래 볼 수 없으니 잎이나 줄기를 차로 마셔도 되겠다. 단,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해로울 수 있으니 조금씩 먹어야 한다.
상추꽃차. 도시 사람들은 상추를 많이 먹지만 상추꽃은 잘 모를 것이다. 고들빼기꽃처럼 자잘하게 핀다. 상추는 숙면에 도움이 되고 변비 예방, 당뇨병에 좋고, 빈혈 치료에도 쓰인다. 도시에서는 상추꽃을 구하기 어려우니 상추를 살짝 쪄서 차로 우려 마시면 된다. 오래 찌면 뭉개지니 살짝 쪄야 한다.
도라지꽃차 기관지와 목감기, 기침에 좋은 차다.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아피오스꽃차 인디언 감자라고도 하는데 인디언들이 약초로 많이 썼다. 항암, 노화 예방에 좋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한 마디로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차다.
초롱꽃차. 기침, 인후염, 폐결핵에 좋고 독충이나 벌레 물린데 효과가 있다. 나는 종종 이 꽃 속에 밥을 넣어서 꽃밥을 만들어 먹는다.
쑥부쟁이꽃차 감기, 기침, 인후염, 편도선염을 낫게 해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해주며 코피를 멎게 해준다. 그동안 코피가 몇 달에 한 번은 나와서 엉겅퀴즙을 마시기도 했는데 엉겅퀴는 구하기 어려우니 앞으로는 산장에 흔한 쑥부쟁이차를 마셔야겠다.
나는 산장에 와서 여러 가지 차를 마시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모양이다. 여러 성분을 조사해보니 감기에 좋은 약초가 참 많다. 신은 병을 많이 만들어 놓았지만 그만큼 약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삼잎국화꽃차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감기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면역력도 향상시켜준다.
어수리꽃차 어수리 잎은 쌈으로 먹어본 사람은 많아도 어수리꽃차는 마셔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도전 정신이 강해서 이 차도 만들어 보았다. 어수리향이 그윽해서 좋았다. 두통, 요통 등 통증에 좋고 노화방지를 해주며 신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더덕꽃차 제일 이쁜 꽃차다. 더덕구이를 먹어본 사람은 많아도 꽃을 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더덕꽃에도 더덕 향기가 배어난다. 쌉쏘롬한 향기가 참 좋다. 이렇게 이쁜 꽃이 오래 피어 있으면 좋은데 열흘 정도만 볼 수 있다. 이 때를 놓치면 꽃차를 만들기 어렵다. 마시기가 아깝고 귀한 꽃차다. 더덕꽃차를 마시면 귓가에 종소리가 울리는 듯 하다. 기관지에 좋고, 체력증진, 성인병 예방에 좋다.
부용화꽃차 언뜻 보면 무궁화를 닮았는데 더 크고 화려하다. 여러해 살이 풀이라 한 번 심으면 해마다 핀다. 해독, 해열에 좋은 차다.
배롱나무꽃차 방광염, 오줌 소태, 생리통, 수족냉증에 좋다. 꽃이 아름다운데 여성들에게 좋은 꽃차다. 요즘 배롱나무 꽃이 한창이다.
금불초꽃차 유방암, 유방염, 치통, 치질, 위장염에 유효하다. 감기, 기침, 수종, 풍습, 종기 등에도 쓴다. 꽃이 이쁘고 약효도 좋아 산장에서 많이 번식시켜 놓을 생각이다.
에키네시아꽃차 항암 성분이 있고 허약체질 개선 효과가 있다. 감기에도 도움이 된다. 인디언들은 이 꽃차를 여러가지 질병에 썼다고 한다.
박하꽃차 향기가 아주 강하다. 허브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박하차도 좋아할 것이다. 배탈, 설사, 구토, 해열에 좋다.
원추리꽃차 원추리는 영양분이 많은지 진딧물이 많이 달라붙는다. 약을 치지 않았더니 진딧물 때문에 꽃을 따기가 어려웠다. 엉겅퀴도 그렇고 벌레들이 들끓는 것을 보면 좋은 성분이 많은 모양이다. 불면증, 우울증, 원기회복, 폐결핵에 좋은 차다. 봄에 원추리 싹을 나물로도 먹는데 원추리 싹과 뿌리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물에 데쳐서 잘 우려내어야 한다. 원추리 뿌리는 폐결핵 환자에게 좋은 약이 되는데 조금씩 넣어서 끓여 마셔야 한다. 많이 마시면 도리어 해로울 수 있다. 꽃은 독성이 없지만 한 번에 4-5송이 정도를 꽃차 재료로 쓰는 게 좋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다.
날씨가 계속 무더웠지만, 산장에서 여러 가지 꽃차를 마시며 더위를 이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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