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초산장 일기; 551회>
겨울산 야생화 공부
< 2014년 1월 1일, 수요일, 맑음 >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는 이제 역사 속으로 집어넣고 새로 맞은 해를 의미있게 보내야겠다. 새해를 맞아 나는 집에 가만히 있었지만 대구에서 꽃글이 감포 앞에 있는 문무대왕 수중능 위로 떠오른 해를 보내주었다. 찬란한 해가 감사하다. 저 해가 봄도 불러오고 시간도 베풀어주겠지.
지난 30일에는 가는 해를 잘 보내기 위해 제법 먼 길을 걸었다. 양산 신기주공 아파트 버스 정류소부터 시작해서 해강아파트 104동, 체육시설, 성황사, 성황산, 신기산성, 천성산 갈림길, 운봉산, 임도, 하늘농장, 345m봉, 동산을 거쳐 계원사로 내려오는 긴 코스였다. 전체 구간이 약 18킬로미터로 휴식 시간 포함해서 7시간 정도가 걸리는 코스라 야생화 공부를 하며 느긋하게 걷기로 했다.
감태나무
쥐똥나무
선 밀나물
라디오를 들으며 걷는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마네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마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이 나빠져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그 흐릿하게 보이는 눈으로 호수를 몽환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 그림은 사람들에게 대단한 호평을 받았는데 잘 보이는 눈으로 그렸다면 그와 같은 호평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네는 좋은 눈을 잃어버렸지만 그 대신 좋은 그림을 얻은 셈이다.
계요등
노박덩굴 열매
달맞이꽃 씨앗
하나를 잃으면 다른 것을 얻게 된다. 우리는 지나간 해를 잃은 대신 새로운 해를 선물로 받았다. 잃은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새로 받게 된 것을 기뻐하며 살아야겠다.
쑥 씨앗
도깨비바늘
삽주
성황산을 지나 신기산성을 넘어 천성산 운봉산 갈림길까지 걸어가다가 점심을 먹었다. 날씨가 풀려서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였다. 어지간한 강추위가 아니면 산에 들어가면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다. 점심을 먹고 걷다가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가게 되었다. 오늘 걷는 구간 중에서 제일 위험한 곳이다. 조심 조심 다 내려가서 되돌아보니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보였다.
저 긴 길을 걸어온 내가 자랑스럽다. 인생길도 저렇겠지. 끊어질 듯 하면서도 다시 이어지는 길. 우리도 저 길처럼 오래 오래 한땀 한땀 이어가야 하리라. 무엇을 오래 계속하면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중간에 끊어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행복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길은 그 비밀을 품고 있다. 옆길 샛길 한 눈 팔지 말고 앞으로만 나아가라고 쭉 뻗은 길이 말하고 있다.
동주원에 핀 동백꽃, 영하의 강추위에도 피었다.
한 발 한 발 걷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도 오랜 시간 걸으면 몇 십 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듯이, 한 자 두 자 적는 것도 무섭다. 쉬지 않고 계속 적으면 수많은 글자를 적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은 한 글자 두 글자에서 나온다. 한 글자를 우습게 여기지 말고 부지런히 써야 한다. 그 한 글자를 시작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쓸 수 없다.
노루발
까실쑥부쟁이
금은화(인동초) 겨울에도 파랗게 살아 있다
야생화를 관찰하며 걷다보니 드디어 동산 장성길까지 왔다. 동산 봉우리를 넘어가면 지름길인데 둘레길을 선택하여 걸으니 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 이제 슬슬 다리가 무거워진다. 무려 7시간 10분을 걷고 나서야 등산이 끝났다.
다른 때보다는 많이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약간 뻐근하다. 몸은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마음껏 걸을 수 있어서 기분은 최고였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으면 쉬어가며 걸었을 텐데 어느 덧 해가 지고 있어서 서둘러 걸어 내려갔다. 10시 12분에 시작한 등산이 오후 5시 22분에야 끝났다. 하루를 참 알차게 보냈다.
이팝나무 열매
개쑥부쟁이
족제비싸리 ( 요게 여우싸리인지 뭔지 잘 몰랐는데 전문가에게 물어서 알았다)
화살나무 열매
난로 위에 조약돌을 올려 놓았다가 수건에 싸서 찜질을 하니 뜨끈뜨끈하고 좋았다. 다 익은 고구마를 올려 놓으면 식지 않아서 편리하다.
후배의 농장인 동주원에서 키우는 개, 골든 리트리버
백금자씨와 금자네 사랑방 카페 회원들이 28일 토요일 오전에 범초산장을 방문하여 차를 마시고 갔다. 햇사레님, 흰민들레님, 산목련님, 가을바람님 등 열성적인 회원들이 많아서 보기 좋았다. 아무렴님도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고..... 글나라 제자인 들판과 소현당도 범초산장에서 함께 만나 퍽 반가웠다.
나에게 동화를 배우는 성숙씨가 범초산장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다.
양산 계원사 앞에 있는 팽나무. 나이가 자그마치 385살이다. 저 나무처럼 2014년 올해도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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