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열정적인 사람을 닮고 싶어! (542회)

凡草 2013. 11. 11. 22:19

 

 

<542회>

 

열정적인 사람을 닮고 싶어!

 

< 2013년 11월 10일, 일요일, 맑음 >

 

며칠 전에 서울에 살고 있는 동화작가 문영숙씨를 만났다.

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온다기에

시간을 내어 나갔다.

문영숙씨가 많이 바쁠 텐데 일부러 시간을 내어주어서 참 고마웠다.

시간만 내어준 것이 아니라 그날 모인 사람들에게 밥까지 사주어서

감사하게 잘 먹었다.

 

 

그날 나는 밥보다도 문영숙씨 이야기가 훨씬 더 구수하고 정겨웠다.

문영숙씨에 대한 소식은 윤자명씨한테 자주 들었다.

 

 

윤자명씨는 화명동에 살기 때문에 종종 점심 식사를 같이 하는데

만날 때마다 문영숙씨 이야기를 해서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윤자명씨는 문영숙씨와 수필 동인으로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데

그 분한테 자극을 받아서 동화를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문영숙씨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7년이나 모시면서도 틈틈이 글을 썼고,

자신의 블러그는 물론 문학회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이것저것 온갖 일을 하면서도 동화를 아주 열심히 쓴단다.

이번에 실제로 만나보니 참 대단한 분이었다.

 

 

 

11월 17일 일요일 저녁, KBS 강연 100도 프로그램에 초등학교 동창생이 나오는데

그 분이 출연하게 된 것도 문영숙씨가 블러그에 화상 입은 동창생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했기 때문이란다. 그 동창생에 대한 수기까지 맡아서

1200매 원고를 써야 한다니 정말 오지랖이 넓은 분이다.

그처럼 바쁘게 지내는데도 올해 동화책을 세 권이나 썼다고 하니 열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0살이 넘어서 동화작가가 되었는데도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니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화명동에서 문영숙씨를 만나던 날, 나와 윤자명, 안미란, 이하은씨-

이렇게 다섯명이 모였다.

이야기는 주로 문영숙씨가 끌고 나갔다.

우리는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다.

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재미있게 들었고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여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은 드물었다.

이런 분은 매일 만나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서울에 살아서 자주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나도 문영숙씨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문영숙씨가 지은 책을 다 읽어봐야겠다.

 

 

 

문영숙씨가 지은 책; 무덤 속의 그림, 아기가 된 할아버지, 꽃제비 영대, 검은 바다,

궁녀 학이, 에네껜 아이들, 나야 나 보리, 개성빵,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등....

 

 

감나무를 2그루 심었는데 다 죽어서 새로 감나무를 택배로 주문했다.

충북 영동에서 보내주었는데 포장을 어찌나 꼼꼼하고 튼튼하게 했는지 감탄했다.

택배비까지 35000원 들었는데 포장한 것을 보니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포장을 차근차근 풀어서 구덩이를 파고 감나무 묘목을 심었다.

 

 

 

뿌리에 붙은 흙이 커서 구덩이를 깊게 파야만 했다.

구덩이가 얕으면 나무가 잘 살지 않는다.

구덩이를 파는데 큰 돌이 몇 개나 나왔다.

그런 장애를 잘 헤쳐 나가야 뜻을 이룰 수 있다.

돌이 있다고 포기하면 나무를 심을 수 없다.

무슨 일이든 당장 성과를 거두려고 급하게 서두르면 안 된다.

구덩이를 깊게 파듯이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힘은 들어도 구덩이를 깊게 파서 나무를 깊숙이 집어 넣었다.

봄이 되어 이 감나무가 잘 살아나면 좋겠다.

 

 

 

 

이웃 농장 주인이 건강이 안 좋아서 농장을 가꾸지 못하게 되자 후배 동주와

탁영갑씨가 관리해주기로 했단다.

그 덕분에 그 농장에 있는 오가피 열매를 따러 갔다.

 

 

오가피 열매는 꼭 염소똥 같다.

염소똥 같은 열매를 한 보따리 땄다.

그 열매를 씻어서 30도 술에 담았다.

처음 담아보았는데 술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풍년화 나무를 보니 내년 봄에 필 꽃몽오리가 벌써 매달려 있다.

좁쌀처럼 자잘한 꽃몽오리를 보니 신기하다.

저렇게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봄이 되기만 하면 터뜨리려나 보다.

 

 

그러니 무엇이든 미리 미리 만들어두고 준비해야지 딱 닥쳐서 서두르면

마음만 바쁘지 제대로 안 된다.

나무는 꽃을 적어도 몇 달 전에 준비해놓는다.

잎을 떨어뜨리고 힘없이 겨울을 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자기 할 일은

다 해놓고 느긋하게 겨울을 난다.

나무처럼 부지런해야 험한 세상을 살아날 수 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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