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01회) 단호박 밥 해 먹기

凡草 2017. 8. 20. 12:26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흐림

 

   (범초산장 이야기 801회)  단호박 밥 해 먹기

 

 

  범초산장에 오면 제일 먼저 계곡으로 내려가본다.

  가물었던 뒤부터 물이 어느 정도 차 있느냐가 관심사가 되었다.

  지난 월요일에 비가 와서 계곡에도 물이 제법 찼다.

  물만 넉넉해도 아무 근심이 없다.

  저수지 물도 많이 불어났다.

  가물었을 때 꽤 많은 물을 빼 썼는데 하늘은 도로 채워주었다.

  내가 아무리 부지런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허사다.

  하늘에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율무가 떨어져서 구포 시장에 가서 반 되를 사왔다.

   한 되에 18000원이니 반 되는 9천원이다.

   중국산은 더 싼데 이번에는 국산 율무를 반 되 사왔다.

   나는 건강 검진할 때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는다.

   평소에 대장을 혹사시켜 놓고 검사해봐야 이미 늦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시경 검사할 비용으로 율무를 사 먹는다.

   율무는 혹을 없애주는데 제일 좋은 식품이다.

   평소에도 대장을 위해 낫또를 하루에 한 개는 꼭 사 먹고 있다.

 

   폐 건강을 위해서는 범초산장에 와서 숲속 공기 마시기,

   일주일에 하루는 등산하며 산소 많은 공기 마시기를 실천하고 있고,

   뼈 건강을 위해서는 아구와 멸치 먹기, 많이 걷기,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뽕잎차 마시기, 여러 가지 약초차 끓여 마시기,

   위 건강을 위해서는 느릅나무 끓여 마시기, 삽주가루 먹기,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오일플링, 등....

   그밖에도 나만의 건강 실천법이 아주 많은데,

   아프기 전에 미리 조심하고 건강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 번 심어 놓은 인진쑥이 늘 그 자리에서 잘 살고 있다.

   조금 번져가고 있어서 반갑다.

   위와 간에 좋은 약초라 눈으로 보면서 내 건강을 돌아본다.

 

  봄에 나물로 먹으려고 심어놓은 개미취가 많이 번졌다.

  나물로도 먹고 꽃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염주가 조금씩 익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키가 많이 컸는데 가물었던 날씨 탓인지 키가 작다.

  그래도 열매를 조랑조랑 달고 있는 것을 보니 신통하다.

  열매가 얼마나 열릴지 모르지만 제법 열리면

  동화교실에 들고 가서 제자들과 동화팔찌를 만들 생각이다.

  팔에 차고 다니며 늘 동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고마운 열매다.

 

 

 워낙 가물어서 다 죽어가던 핫립세이지가 살아나서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다.

 한 번 심어 놓으면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어서 고맙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범초산장에 오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저들이 나에게 감사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박소명씨가 새 동시집을 보내주었다.

 <올레야 오름아 바다야>

 그 안에 이런 동시가 있다.

 

  용왕님 말씀

                    박소명

 

 우리 할머니는

 물질하러 가면서

 용왕님을 만나러 간대

 

 용왕님이

 파도를 휘몰아치며

 오늘은 이만 따거라, 하면

 

 망사리를 채우지 못해도

 예, 하고

 바로 바닷가로 나온대

 

 용왕님 말씀 덕분에

 위험한 고비, 고비 넘기고

 60년 동안 물질을 하고 있대

 

 

  해녀 할머니는 바다가 용왕님일 수 있지만

  교회나 성당 다니는 사람은 하느님이겠고,

  불교 신자는 부처님,

  나같은 농부는 하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늘의 섭리를 몸으로 느끼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욕심 부리고, 남탓을 하고, 불평 불만하면

  하늘의 뜻과는 반대로 사는 것이다.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롭다. 

 

 7월 초순에 메리골드(천수국)를 씨로 심었는데 많이 가물었는데도

 물을 계속 뿌려주어서인지 싹이 잘 나왔다.

 눈 건강에 메리골드가 좋다고 소문이 났다.

 눈에 좋은 루테인 성분이 많고 염증에도 좋아서

 백내장, 황반변성 예방에도 도움이 된단다.

 작접 키우지 못하는 사람은 시장에 가면 언제든지 사서 끓여 마실 수 있다.

 

 

 

 

 

가물 때는 잘 열리지 않더니 비가 온 뒤에

 가지가 막 열리고 있다. 뒤늦게 숙제라도 하려는 듯이.

 덕분에 가지 나물을 자주 먹고 있다.

 

 달맞이꽃은 꽃차로도 마시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마당에 노란 꽃들이 가득하니 마음이 흐뭇하다.

 

 뒤늦게 심은 여주가 막 줄기를 뻗고 있다.

 저게 언제 자라서 열매가 열릴꼬?

 

 풍선덩굴은 제 할일을 충분히 했다.

 열매가 수북하다.

 너도 6월초부터 여태까지 나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다.

 풍선같은 열매를 하나 하나 눈으로 훑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여태까지는 오이를 한 번 심어 놓고 시들 때까지 따 먹기만 했는데

  올해부터는 이웃 집에서 하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심었다.

  오이 모종을 한 번 심은 뒤에 한 두 달 지나서 또 심으면

  새로운 오이를 계속 따 먹을 수 있다.

  일찍 심은 오이가 시들어서 늙어갈 무렵, 젊은 오이가 힘을 낸다.

  말하자면 세대 교체다.

  사람 사회에서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의 신구 조화가 필요하듯이

  밭에서도 이치는 같다.

 

 

  다 말라 죽어가던 쪽파 씨를 밭에 심었다고 지난 주 800호에 썼는데

  이번 주에 와보니 보란 듯이 싹을 내밀었다.

  강인한 파다. 땅을 파고 들어가서 파인가?

  인내심의 끝을 파서 파인가?

  나도 파를 보고 배워 힘든 일을 파고 들어가 악착같이 해야겠다.

 

 

  여느 꽃 못지 않게 익모초 꽃도 이쁘다.

  약초 꽃은 곱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벌들이 자주 날아와서 꿀을 빤다.

  나는 관절염 예방과 뇌혈관 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종종 벌침을 맞는다.

  벌침에 완전히 적응이 되어서 한 번에 열 방 정도는 맞아도 괜찮다.

  하지만 사람들이 벌이 불쌍하다고 해서 요즘에는 다섯 방 이내로 줄였다.

  나는 벌을 잡는 대신에 소와 돼지 고기는 적게 먹고 있다.

  누구나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남을 비평해서는 안 된다.

 

 

  계요등 꽃이 많이 피었다.

  줄기에서 닭오줌 냄새가 난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내 허락도 없이 함부로 침입해서 살고 있다.

  꽃은 이쁘지만 여태까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보이는 대로 뽑아내었는데,

  오늘 일기를 쓰면서 검색해보니,

  관절염, 멍든 데, 기침, 만성기관지염, 위통, 소화불량, 간염, 맹장염, 임파선염 등에

  두루 쓰인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참 많구나.

 

  타박상과 관절염에는 꽃과 줄기를 찧어서 아픈 곳에 바로 붙이면 낫고,

  말려서 조금씩 끓여 마셔도 된단다.

  하잘 것 없는 계요등인 줄 알았는데 좋은 약초로 다시 보게 되었다.

  사람도 자신을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자신에게 숨어 있는 재능이 많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양고추냉이(겨자무)가 엄청 자랐다.

  잎 하나가 바가지만큼 크다.

  가을에 뿌리를 캐면 고추냉이 가루를 만들 수 있겠다.

 

 

  삼잎국화 꽃이 많이 피었다.

  초봄에 나물로 많이 먹었는데 꽃까지 볼만 하니 고마운 식물이다.

  너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구나!

 

 

  큰딸을 생각하며 심은 월계수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생각만큼 쑥쑥 크지는 않아도 적응은 했다.

  조금씩 더 크기를 바란다.

 

 

 

  더덕꽃이 피었다.

  종처럼 이쁘고 향도 좋다.

  도라지 타령은 있는데 더덕을 소재로 한 노래가 없어서 아쉽다.

  도라지 못지 않게 좋은 약초인데....

 

 

 

  가뭄에도 속새가 죽지 않고 살아 났다.

  물이 흐르는 곳이 아닌데도 적응을 했다.

  속새 뒤에는 아주까리가 두 포기 서 있다.

  아주까리 두 포기만 있어도 심심찮게 잎을 따서 쌈 싸 먹는다.

  잎을 자꾸 뜯어내어도 불사조처럼 또 돋아난다.

  하늘에 별이 많듯이 아주까리 잎도 별을 닮았다.

  내 밭에 불사조들이 많으니 나도 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3주 이상 풀을 베지 않아서 잡초가 마음대로 컸다.

  발을 딛기가 곤란해서 예초기로 풀을 베었다.

  한꺼번에 다 하면 힘드니까 조금씩 쉬어가며 일했다.

  예초기 날이 동그랗기 때문에 덜 위험하고 힘도 덜 든다.

  다 베고 나니 산장이 깨끗해졌다.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다 하고 나면 보람도 크다.

  야, 깨끗하다! 훤하네! 참 보기 좋다.

  일할 때는 힘들어도 하고 나면 상을 받은 기분이니 이 또한 즐겁다.

 

 

 

  그전에 심은 상추가 더위에 녹아버려서 다시 모종을 사다 심었다.

  6천원어치 사왔다.

  꽃상추 모종이 없어서 다른 거라도 사왔다.

  채소학교 상추반 2기생들이다.

  동화교실에 새로운 제자가 들어오듯이 여기도 새 식구가 들어왔다.

  글나라 동화교실도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는 먼저 개강을 했다.

  상추들아, 농약 없는 곳에서 마음놓고 커라.

 

 

  일을 다하고 나서 단호박 밥을 해먹기로 했다.

  아내가 시장에서 단호박 2개를 사왔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에서 호박으로 약초밥 해 먹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해먹어 보고 싶었다. 다행히 아내도 찬성했다.

  지금은 여름이라 늙은 호박이 없어서 단호박으로 대신 했다.

 

 

  해 먹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단호박을 동그랗게 구멍 내어 씨를 파낸다.

 

 

 

  단호박 안을 다 파내지 않고 씨가 있는 곳만 파낸다.

  파내고 구멍이 나면

  그 안에 찹쌀과 쌀, 은행, 대추, 콩 등을 넣는다.

  물은 안 부어도 되는데 나는 조금만 부었다.

  많이 부으면 질게 된다.

 

  가마솥 안에 엄나무, 뽕나무, 꾸지뽕, 회화나무, 예덕나무 등의 약초를 넣는다.

  물은 솥의 3분의 1을 붓는다.

  그 안에 단호박을 안친다.

  솥뚜껑을 닫고 불을 때면 된다.

  약초를 구하기 어려우면 무나 당근, 양파, 시금치 등을 넣어도 되고

  그냥 물만 붓고 해도 된다.

 

 

  일반 가정에서는 압력솥이나 그냥 솥으로 해도 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팁 한 가지!

  가마솥에 30분 정도 불을 때고 나서 열어보니 아직 쌀이 덜 익었다.

  닭이 아니라 그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은 쪄야 밥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30분 더 해서 단호박 약초밥이 완성되었다.

  숟가락으로 호박 채 떠서 먹으면 된다.

  호박이 달달해서 맛있는 밥이다.

 

  아, 여태 산장에서 해 먹은 뽕잎밥도 맛있었지만

  이 단호박 밥은 정말 새로운 맛이다.

  단호박 약초밥 덕분에 새로운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정말 감사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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