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118편 === 사서 하는 고생

凡草 2006. 3. 15. 14:47
 
 < 사서 하는 고생 >
   2006년 3월 15일  수요일
 3월 4일에 운정리 노루실 마을로 들어간 뒤 열흘이 지났다.
시골집을 주말 별장으로만 이용할게 아니라 그 집에서 
직접 살아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골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밤에는 아파트보다 엄청 추운데다 아무도 없으니 무섭기도 하고
쓸쓸했다. 밤에는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자다가 한밤중에 잠이 깨곤
했다.
 지난 금요일에 나를 만나러 온 아내 말을 들으니 아내도 역시
그랬다고 한다.
 거기다 밥이랑 반찬을 나 혼자 만들어 먹어야 했다.
 또 아침에는 차를 몰고 밀양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야 하고 
구포역에 내리면 다시 버스를 갈아 탄다. 
저녁에는 아무도 없는 적적한 집에 들어가야 하고.
 '공연히 혼자 시골에 들어와서 고생을 하는 구나!'
 다시 부산으로 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참고 
지내기로 했다.
 아직 한 달도 안 되었고 갈수록 날씨가 따뜻해질 테니 적응만 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밥이야 내가 어떻게든 해 먹을 수가 있고 아내가 금요일에 들어와서
며칠 먹을 반찬을 준비해 놓고 가니까 해결이 된다.
 내가 언제 이런 고생을 해볼 것인가?
 나는 한 번도 부산을 벗어나서 근무해 본 적이 없고 도시에서만 
뱅뱅 돌았으니 그 동안에 참 편하게 살아왔다. 
출장 다닐 일도 없었으니 아내하고도 늘 붙어 지냈다.
 이제 나도 홀로서기를 해볼 때가 된 셈이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남들은 나보고 이런 고생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나는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적한 시골밤의 풍경도 즐겨볼만 하고, 개를 키워볼 수 있으며, 
외로우면 글을 쓸 수도 있으니까. 
 좋은 글은 편하고 배가 부르면 나오지 않는 법이다. 나는 여태까지
인터넷에 너무 중독이 되었다. 그래서 눈도 더 나빠졌다.
 시골에 온 것은 그런 복잡하고 피곤한 문명의 때를 씻기 위해서인 
것이다. 
 편하고 안락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고생스러운 것이 더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이제 슬슬 새싹도 움트고 꽃이 피어날 것이다.
내가 기르거나 가꾸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으리라.
 여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나만의 왕국이니까.
 개가 짖고 닭이 돌아다니고 꽃이 피고.....
 그 때가 되면 비로소 시골에 사는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내가 시골에 올 수 있도록 배려해준 아내에게도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쩌면 아내는 말로 우겨봐야 내가 듣지 않을 테니까 직접 고생을 
해보고 나서 판단하라고 보내준 것 같다. 
 나는 집을 떠나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가 평소에 얼마나 고생을 하며
나를 위해주는지 더 절실하게 느꼈다.
 그러기에 주말에 만나면 더욱 반갑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봄에는 씨앗을 뿌려야 한다.
 꽃씨든  자기가 배워야 할 것이든, 일단 마음 먹고 시작해야 한다.
 나는 집 앞 빈터를 깨끗이 정비했다. 그전에는 헌 타이어가 볼품없이
묻혀 있던 폐허였는데 타이어를 길 옆으로 들어내어 흙을 채우고 
마가렛을 심었다. 봉숭아와 분꽃씨도 고루 뿌렸다.
 밭은 이웃집 경운기의 도움을 받아 비가 오는 대로 갈아 엎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상추든 시금치든 두루 심을 것이다.
 봄. 이 시기를 놓치면 여름과 가을에 후회하게 된다.
 인생의 봄도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다.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단단히 마음 먹고 별러서 배우는 것을 
시작해야 하고, 새로운 일을 벌여야 한다.
  나무들은 그 추운 꽃샘 추위 속에서 더욱 단단한 의지를 기르고 
새순을 준비한다. 춥다고 마냥 웅크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밀양의 강추위를 몸으로 체험하며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아들이 만든 비를 막을 수 있는 개 먹이 집 >


< 깨끗이 정리된 집앞 빈터== 채송화와 분꽃, 봉숭아를 뿌림 >

< 집안 화단에는 수국 5그루를 심음 >

< 마당에 심은 목련 2그루 >

< 새로 심은 매실 나무 >

< 새로 산 자동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