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10만 원짜리 자전거가 운동은 더 된다 (490회)

凡草 2013. 1. 11. 22:06

 

<490회>

 

10만 원짜리 자전거가 운동은 더 된다

 

<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맑음 >

 

지난 일요일에는 아내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먼저 남양산 지하철역 앞에 가서 타이어에 바람을 넣었다.

요즘에는 자전거 바람 넣는 것도 태양열을 이용하여 간편하게

쓸 수 있다.

 

 

이제 몰고 나가는 일만 남았다.

물금취수장 쪽으로 달려갔다.

거기서부터 안동까지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다.

우리는 원동을 목표로 삼고 페달을 밟았다.

낙동강을 옆에 끼고 달리니 경치는 그저 그만이었다.

황산 베랑길에서는 강 위를 달려갔다.

 

 

 

가끔 오르막이 나올 때는 기아 변속이 잘 되지 않아 힘겹게 올라갔다.

다른 자전거들은 힘도 안 드는지 씽씽 달려갔다. 아마 우리보다 성능이

좋은 산악자전거일 것이다.

 날렵하게 달려가는 자전거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가다가 원두막에 들러 귤을 먹으며 쉬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들어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얼마짜리 자전거냐고 물었다고 500만 원이나

한단다. 내 자전거는 10만 원짜리니 50배나 비싸다.

그렇다면 내 자전거보다 50배는 더 잘 나가야 할 텐데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나는 저렇게 비싼 자전거는 아니라도 100만 원쯤 하는 산악자전거는

사고 싶었지만 아직은 참기로 했다.

 지금은 등산을 자주 다니기 때문에 사봐야 세워 놓을 때가 많으리라.

자전거를 매주 타게 되었을 때 살 것이다.

 

무엇을 사고 싶을 때 당장 사 버리면 바라는 것이 없어져 버린다.

바라는 것을 남겨두어야 기대하며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

윌리엄 포크너가 쓴 소설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 주인공이 휴가를 얻어 시골 별장에 갈 때마다 사냥을 하러 다녔다.

토끼나 노루는 가끔 잡았는데 사슴은 잡기가 힘들었다. 어찌나 영리하고

재빠른지 번번이 총구를 벗어났다. 주인공은 어떻게든 사슴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돈을 주고 몰이꾼을 사서 사슴을 몰아오도록 했다. 주인공은

사슴이 지나갈 만한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이윽고 사슴이 점점 가까이 달려왔다. 사슴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 주인공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주인공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사슴은 그냥 스쳐

지나가 버렸다. 몰이꾼이 그걸 보고 물었다.

“아니 실컷 몰아달라고 하더니 왜 총을 쏘지 않았나요?”

“그 사슴을 내가 죽여 버리면 다시는 사슴 쫓을 일이 없잖아요.

다음에 또 사슴을 쫓아다니는 즐거움을 맛보려고 죽이지 않았어요.” >

 

무엇이든 다 해치워 버리지 말고 조금은 남겨놓아야 한다.

끝까지 다 해버리면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산악자전거도 사지 않아야 언젠가는 살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살 수

있다.

그래서 돈이 있지만 당장은 안 산다.

성능이 좋은 자전거는 씽씽 잘 나가지만 그 대신에 내 고물 자전거는

운동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 성능 좋은 자전거보다 힘을 더 많이

써야 하니까.

 

아내 자전거는 내 것보다 더 싼 5만 원짜리 중고 자전거다.

아내는 힘이 드는지 원동 부근까지 갔을 때 그만 돌아가자고 하였다.

거기서 방향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2시간 반 자전거를 탔으니 제법

운동을 한 셈이다.

 

 

7일 월요일에는 영축산으로 등산을 갔다.

어제 자전거를 많이 타서 가볍게 산을 타려다가 눈이 남았나 보려고

영축산을 올랐다.

8부 능선까지는 눈이 다 녹고 없더니 취서산장 부근에 가자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밖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대피소 안에서 먹으면 따뜻하니까

일부러 산장을 찾아갔다.

취서산장 입구에 가니 세퍼드 비슷한 개가 있었다. 목줄을 채우지 않아

아무 데나 마구 뛰어다녔다. 사납게 보여서 걸음을 멈추고 주인을 불렀다.

 

 

“이 개가 사람을 안 뭅니까?”

“순합니다. 들어오세요.”

주인이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다. 개가 무슨 종이냐고 물었더니 벨기엔 산

마리노이즈라고 했다.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순하면서도 활발한

양치기 개였다.

‘칼’은 주인 말을 아주 잘 들었다. 앉아는 물론이고 엎드려, 일어나 등을

척척 했다. 주인이 오징어 다리를 던져주니 공중에서 떨어지기 전에 잽싸게

받아먹었다.

“어디 갈 때는 어떡합니까?”

“저 뒤에 쇠창살 우리가 있어서 가두어 놓고 갑니다.”

처음부터 목줄을 하지 않았다는 칼을 보니 노루실에서 키우던 진이가

생각났다. 나를 잘 따르던 개였는데. 언제 그런 개를 또 키워 볼 것인가?

따뜻한 대피소 안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고 커피 한 잔을 사 먹었다.

커피 값도 천 원이면 싼 편이었다.

마음씨 좋은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덤으로 개도 보아서 좋았다.

 

 

 

이제 산장을 뒤로 하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눈이 많아졌다. 밑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눈이었다. 저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는 눈이 많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이라고 하겠지. 다 녹고 눈 구경 하기 힘든 도시니까.

 

 

 

산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산 위에는 온통 눈밭이었다.

오기를 참 잘했다. 팍팍한 흙을 밟는 것보다는 백배 낫고 말고.

내친 김에 신불재까지 가서 가천리로 내려가야겠다.

영축산 정상부터 신불재까지는 계속 눈길이 이어졌다.

능선이라 그리 힘들지도 않고 라디오를 들어가면서 즐겁게 걸었다.

 

 

 

하얀 순백의 카페트가 나를 위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천상의 계단인가! 설국의 꽃길인가!

오늘도 참으로 행복한 산행이다.

 

정상에 선다는 것은 프로가 되는 것이다.

프로가 되기까지는 힘들고 고단하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맛보지 못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이 맛은 직접 느껴 보지 못하면 모른다.

도시 아래서도 다른 행복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 정상에서 맛보는

행복감을 누릴 수는 없다.

애써서 정상에 올라왔기에 누릴 수 있는 이 보너스!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어야 하고 장애물이 있으면 뚫고 나가는 것이

작가 정신이다. 쉽게 포기하는 것은 작가 정신이 아니다. 그러기에

진짜 작가는 병상에 누워서도 글을 쓴다.

쓰지 않고 놀기만 하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고 동호인이다.

정상에 오른 덕분에 오늘은 나도 작가가 되었다.

 

 

신불재에서 밑으로 내려갔다.

굽이굽이 도는 하산길.

길고 긴 내리막길은 끝이 없다.

미끄러운 눈길을 다 내려가서 아스팔트 길을 또 30분 이상이나

걸은 끝에 겨우 가천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6시간 정도 걸었다.

눈길이라 밥 먹을 때 말고는 별로 쉬지 않아서 다리가 뻐근했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어제 자전거를 오래 탔는데 오늘 등산까지 했으니 다리가 뻐근할 만 하지.

그래도 쉬지 않고 걸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지, 할 수 있구말구. 못할 게 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즐겁게 살아가는 법 14가지>를 실천해야겠다.

 

1. 일하는 동안 낄낄낄 웃는다.

일부러라도 자주 웃는 것이 좋다고 한다. 후하하, 흐히히, 으허허.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바보처럼 웃으면 즐거워진다.

 

2. 재미있게 말한다.

딱딱하게 말하지 말고 유머를 섞어서 말하도록 노력하자.

‘오늘 날씨가 좋네요.’라는 말보다는 ‘오늘 해님이 소풍을 나왔네요.’가

낫고, ‘오늘 많이 춥죠?’보다는 ‘오늘은 동장군이 큰침을 놓아주네요.’라고

말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3. 콧노래를 부른다.

묵묵히 일하는 것보다는 콧노래를 부르면 즐거워질 것이다.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도 좋고 노래를 부를 상황이 아니면

콧노래가 좋겠다.

 

4. 즐겁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일할 때는 즐겁게 열심히 하자. 미지근하게 하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돈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일 그 자체를 사랑하며

열정적으로 일하자.

 

5. 무언가에 푹 빠져라.

나는 등산과 팝송, 산장에서 일하기, 동화지도 등에 푹 빠져 있다.

또 빠져야 할 것이 있나 찾아봐야지.

 

6.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하고 있으니 이건 통과,

 

7.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것도 잘 하고 있고,

 

8. 고통스러운 시간의 끝을 상상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끝이 있다고 생각해야지.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도 반드시 지나가리라. 뒤에 가서 생각하면

추억이겠지. 산에서 길을 못 찾고 헤맬 때도 이런 생각을 하며

극복했다.

 

9. 매 순간이 단 한번뿐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할 거고,

 

10.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한다.

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한다. 만나는 사람들도 좋다.

 

11. 내가 먼저 큰소리로 인사한다.

남이 먼저 인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인사하자. 기다리면 늦다.

아이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

 

12. 유머스러한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13. 부정적인 사람은 되도록 멀리 한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가까이 하지 않을 거다. 적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 내 신조지만 부정적인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다.

 

14. 하기 싫은 건 열심히 해서 최대한 빨리 끝내버린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자. 그러면 하기 싫은

일이 없어져 버린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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